도 출신 첫 소방청장인 이흥교 소방총감은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중·고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친 뒤 소방 수장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.

지난 4일 취임한 이 청장은 1963년 강원 삼척군(현 삼척시) 하장에서 태어났다. 독립운동가였던 조부가 1936년 고문 후유증으로 숨지며 가세가 기울었고, 선친은 6·25전쟁 참전 뒤 외상후스트레스장애(PTSD)로 1978년 숨지면서 생계유지조차 어려워 중학교 진학을 포기했다. 만 16세에 삼척 북평으로 이주한 후 재건중학교 재학 중 졸업 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했고, 이듬해 북평고에 입학했으나 생활고로 한 달 만에 자퇴했다. 이후 서울·경기의 공장 등에서 일하면서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했으나 대학 진학의 꿈을 접은 그가 선택한 직업은 `소방관'이었다.

1986년 소방공무원에 임용된 후 소방청 기획조정관·차장과 동해소방서장·강원소방본부장 등을 지내며 강원도 대형 산불과 태풍 루사·매미, 구미 불산 누출사고 현장 등을 지휘했다. 특히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강원소방본부장으로 소방 안전 대책 업무를 맡아 `안전올림픽'으로 이끌었다. 2019년 10월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 소방청 기획조정관을 맡아 산파 역할도 했다. 소방청 내에서는 인자하고 온화한 성격이지만 강한 추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. 이 청장은 “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더욱 확고히 지키는 유능한 조직이 될 수 있도록 전문성을 높여 나가겠다”고 말했다.

서울=이무헌기자